[르포] "이재명? 이낙연? 글쎄유"…경선 앞둔 대전·충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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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03. 오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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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순회경선 D-1 첫 격전지 대전 가보니…"이재명 시원시원, 이낙연 점잖아"
"1~3위 격차 한자릿수" 초박빙 예상도…"정치 관심 없어유" 싸늘한 민심도
더불어민주당 첫 전국 순회 지역인 대전·충남 경선을 앞두고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시작된 31일 대전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당원이 투표에 앞서 대선 후보자들을 살피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권구용 기자 = "충청도가 원래 말을 흐릿하게 하잖여, 분명하게 말을 안 혀."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충청권 순회경선을 하루 앞두고 대전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충청도 특유의 지역 특성을 반영하듯 그 표심을 한눈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첫손에 꼽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안정감을 높이 평가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재명이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잖여…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

이 지사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시민들은 그의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 있는 행보를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개인사 논란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이들도 반드시 이 지사가 최종 후보가 될 것이란 확신은 나타내지 않았다.

대전역 앞 중앙시장에서 단체복 맞춤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공복만씨는 "이재명이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잖아"며 "이낙연은 말이 조리는 있는데 너무 소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그런 자리는 사람이 아니고 결국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몰러"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하늘이 내린 거지"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시장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도 "이재명이 괜찮은데 꼭 보면 잘나가던 사람들이 입을 잘못 놀리고 말을 잘못해서 고꾸라진다"라며 "이제 시작이고 아직 한참 남았잖여"라고 여지를 남겼다.

대전에서 35년을 거주했다는 황광현씨는 "이낙연은 안 되고 본선에 이재명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재명은 충청의 사위다"고 충청 대망론을 언급했다. 다만 황씨는 "욕설 논란으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냐"고 우려도 나타냈다.

이재명 경지지사가 28일 오전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한빛탑 전망대에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1.8.28/뉴스1 © News1 심영석 기자

◇"나이 든 사람들은 점잖은 이낙연이지"…박빙 예상도

이 전 대표의 우세를 점치는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그의 안정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중앙시장에서 열쇠장사를 30년째 하고 있는 박상민씨는 "나이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점잖은 이낙연인데 젊은 친구들은 이재명을 선호하는 거 같다"라며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이재명씨가 괜찮아 보이는데 주변에서는 이낙연씨가 될 거 같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이재명·이낙연 두 후보 외에 다른 후보의 선전을 예상하거나 예상 외의 초박빙 판세를 전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20년째 민주당원이라는 노모씨는 "충남과 대전은 유권자들이 마음표현을 잘 안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여론조사와 달리 1위와 2, 3위 간 격차가 한 자릿수 초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남대학교 물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곽모씨는 "최종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될 것 같다"면서도 "이낙연 후보와 정세균 후보가 단일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2일 대전시 중구 대전시당에서 열린 대전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제공) 2021.8.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정치 관심 없어, 먹고살기도 힘든데"…싸늘한 민심도

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정권에 대한 불만 혹은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감지됐다.

대전 일대에서 20년동안 택시 운전을 한 김덕헌씨는 "코로나 때문인지 몰라도 요새는 택시타서도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라며 "사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다 마찬가지라 관심은 없지만 정권 교체는 될 거 같다. 돈(재난지원금)은 왜 나눠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상만씨도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찍어주지 않는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라며 "재난지원금 몇 푼 주는 거보다 경제를 활성화해야지, 요새는 시장에 저녁 6시만 돼도 사람이 없다"라고 한탄했다.

의류가게를 운영 중인 허모씨는 "민주당 경선하는 건 아는데 장사해야지, 거길 어떻게 가냐"며 "경기가 너무 안좋고 먹고사는 게 걱정이라 정치까지 관심 없다"고 하소연했다.

충남대학교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송모씨는 "경선 과정이 과열되면서 후보들이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 같다"라며 "양당의 후보가 결정돼야 관심 있게 볼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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